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끝내 우리를 붙잡는 것은 ‘일’에 대한 이야기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나이와 공백이라는 벽 앞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현실을 이 작품은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화려한 성공담 대신 실패 이후의 삶, 다시 시작하기까지의 두려움과 용기를 담담히 따라가며, 일한다는 것이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과 자존감을 지키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를 ‘별책부록’처럼 배치한 채, 다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감정을 전면에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서론: ‘다시 일한다’는 말이 이렇게 조심스러워진 사회에서
우리는 일에서 잠시 멀어졌던 사람에게 너무 쉽게 질문을 던진다. “왜 쉬었어요?”, “그동안 뭐 하셨어요?”라는 말은 겉보기엔 가벼운 안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백을 설명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을 쉬었던 시간은 곧 평가의 대상이 되고, 그 이유는 능력과 태도를 가늠하는 기준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설렘이 아니라 긴장과 두려움이 된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바로 이 불편한 현실을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꺼내 보인다. 이 드라마는 경력 단절을 극적인 불행으로 소비하지도, 노력만으로 극복되는 문제로 단순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공백이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이 되었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누군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삶을 버티기 위해 일을 멈췄을 뿐인데, 사회는 그 시간을 ‘설명해야 할 결함’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작품은 그 구조를 인물의 시선과 감정으로 보여준다. 면접 자리에서 작아지는 태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순간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마음까지 세심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서론은 로맨스로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질문, ‘공백은 왜 문제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왜 이렇게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부담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아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지 묻는다.
본론: 다시 일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보이지 않는 조건들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본론은 ‘다시 일한다’는 선택이 왜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사회가 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건들과 마주한다. 경력의 공백은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되어야 하고, 나이는 능력과 무관하게 경쟁력을 판단받는 기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 드라마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재취업의 어려움을 ‘능력 부족’이라는 단순한 원인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라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감성적인 공간 안에서도, 다시 일하는 사람들은 작은 실수 하나에 과도한 불안을 느끼고, 자신의 자리가 임시적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는 많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감정이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기대되는 과도한 겸손, 실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압박은 다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크게 작용한다.
드라마는 이 불균형을 극적으로 꾸미지 않고, 일상의 장면 속에서 차분히 드러낸다. 또한 중요한 점은 기존에 일하고 있던 인물들 역시 완전히 안정된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 또한 성과와 평가, 조직 안에서의 위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로써 작품은 ‘경력 단절자’와 ‘현직자’를 단순히 대비시키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능력이 아니라,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조용히 강조한다. 본론의 핵심은 분명하다. 재취업의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백을 결함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과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결론: 다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기회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끝났을 때, 시청자에게 남는 감정은 단순한 로맨스의 여운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다시 일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우리는 그동안 공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가능성을 쉽게 판단해왔고, 늦은 시작이라는 말로 기회를 제한해왔다.
이 작품은 그 관성적인 시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있었는지를 차분히 드러낸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게으름의 반대편에 있으며, 그것은 이미 충분한 용기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재취업이 곧 완전한 회복이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일하게 된 이후에도 불안은 남고, 실수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자신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다.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개인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아서다. 대신 사회와 조직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공백을 결함으로 보지 않는 시선, 실수를 허용하는 환경,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구조. 결국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늦은 시작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은 증명해야 할 조건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의지라는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그 당연한 말을,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끝까지 밀어붙인다.